본문 바로가기
시와 시평

비가(悲歌)1 - 규민

by 별인천강 2024. 12. 23.
반응형

 얼마나 울고 또 울어야

흐릿한 기억이 맑아질까.

지친 마음은 어딘가에 닿으려

멀고 먼 시간을 건너간다.

 

바람이 전해준 그대의 숨결,

손끝에 닿을 듯 사라지고.

슬픔이 비가 되어 흘러내려도

나는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얼굴 앞에

시간은 고개를 숙이고,

그리움의 짐을 짊어진 채

또 하루를 걸어간다. 얼마나

 

사랑하고 사랑해야

기억이 내게 말을 걸까.

멀어지는 그대의 뒷모습을

붙잡으려 손을 뻗는다.

 

비는 멈추지 않고 내리고,

내 마음도 젖어들어가.

차오르는 허무의 강을 건너며

나는 오늘도 그대를 부른다.

 

 

[시평]

이 시는 깊은 슬픔과 그리움, 그리고 그것들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고통을 표현한 감성적이고 시적인 작품입니다. 주제는 주로 사랑의 상실, 시간의 흐름, 그리고 잃어버린 존재에 대한 집착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비와 그리움, 슬픔,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는 감각적이고 인상적인 이미지들로 감정을 강하게 전달합니다.

1. 슬픔과 그리움의 상징적 표현

시의 시작부터 "얼마나 울고 또 울어야 흐릿한 기억이 맑아질까"라는 구절로, 기억 속에 남은 아픔과 슬픔을 표현합니다. 비는 그리움과 슬픔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으며, 비가 내리는 동안 고통은 계속해서 흘러내립니다. "슬픔이 비가 되어 흘러내려도 나는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는 구절에서, 슬픔이 마치 비처럼 내리고 그것을 떨쳐낼 수 없는 마음의 상태를 고백합니다.

비가 지속적으로 내린다는 설정은 이 시에서 반복되는 주제 중 하나로, 고통과 그리움의 끊임없는 순환을 나타냅니다. 비가 멈추지 않는 한, 화자는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습니다. 이는 그리움과 상실감이 매우 깊고, 그 어떤 것도 쉽게 풀어지지 않음을 나타냅니다.

2. 시간과 기억의 상실

"다시는 볼 수 없는 얼굴 앞에 시간은 고개를 숙이고,"라는 구절은 시간과 상실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줍니다. 시간이 흐르며 우리는 과거를 되돌릴 수 없고, 이미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이 구절에서 '시간'은 마치 한 사람의 고백을 받아들여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기억이 내게 말을 걸까"라는 질문은 과거와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욕망을 나타냅니다. 기억 속의 '그대'는 과거의 사랑이나 관계를 떠올리게 하며, 이는 이 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움은 시간이 지나도 그자리에 남아 있으며, '그대의 뒷모습'이 멀어져 갈수록 그리움의 강은 더 깊어집니다.

3. 그리움과 허무의 강

"차오르는 허무의 강을 건너며 나는 오늘도 그대를 부른다"는 구절에서, 화자는 마치 '허무'라는 큰 강을 건너며 과거를 되돌리려 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허무'는 인간의 존재가 종종 마주하는 감정이기도 하며, 사랑의 상실 후에는 그 감정이 더욱 깊고 강렬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강을 건너는' 것은 고통과 그리움을 견디면서도 그대에게 다가가려는 의지, 그리고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시도를 나타냅니다.

4. 사랑과 상실의 끝없는 순환

시의 끝에서 "나는 오늘도 그대를 부른다"는 말은, 화자가 결국 사랑을 놓지 못하고 그리움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복되는 부름은 시간 속에서 얽힌 그리움과 사랑의 끝없는 순환을 상징합니다. '그대를 부른다'는 것은 단순히 사랑을 그리워하는 것을 넘어서, 상실을 인정하고 그리움이 사라지지 않는 상태를 받아들이는 과정처럼 보입니다.

5. 시적 장치와 표현

이 시는 비유적인 표현과 감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특히, "비"와 "기억", "시간" 등의 상징적 표현을 통해 시인은 감정을 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이미지로 풀어내며, 독자가 그리움과 상실의 감정을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반복적인 구조와 절제된 문장 사용은 시의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며, 비가 내리고 그리움이 흘러내리는 이미지가 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6. 결론

이 시는 깊은 슬픔과 그리움, 그리고 사랑을 잃은 사람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비는 감정의 흐름을 나타내며, 기억과 시간, 상실을 뛰어넘는 그리움의 고통을 전합니다. 시의 구조와 표현은 감정의 순환적 성격을 잘 드러내며, 독자는 시를 통해 상실 후에도 끊임없이 그리움 속에 살아가는 화자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시인은 "얼마나 울고 또 울어야"라는 물음을 던지며, 감정을 치유할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이 없음을 고백합니다. 이 시는 결국 사랑이 아닌 그리움을 다룬 시로, 사랑을 잃은 자의 감정을 가장 솔직하고 시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응형

'시와 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떠나가는 너에게 - 규민  (0) 2024.12.23
멋진남자 - 규민  (0) 2024.12.23
별빛 아래 편지 - 규민  (0) 2024.12.23
만약에 내가 - 규민  (0) 2024.12.23
사랑아, 왜 나를 떠나가 - 규민  (0) 2024.12.23